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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다. 새차처럼 깨끗한 검정색 BMW...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흘깃거린다. 내차도 아닌데...


"중간보스는 무슨 씨발... 조직원 스무명도 안되는 주제에..."


차창을 전부 열어놓고 담배를 피웠다. 20분째.

관리중인 룸에 신입이 들어오면 꼭 한번씩 손을 대야하는 놈이다.

나는 왜 이딴 새끼를 기다리며 시간만 죽이고 있을까...


고등학교 3학년시절 담임의 말이 떠오른다.


'대학같은거 못나와도 상관없어. 네가 원하는 삶을 사는게 진짜 성공을 한 사람인거야.
괜찮아. 넌 아직 젊다. 선생님도 지금에 들어서야 생각하곤해 젊은 시절 1,2년 정도는 그냥 한번
자유롭게 놀면서 이곳저곳 여행도 해보고 할껄! 하고...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깟 젊은날 1,2년쯤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이 든다니까? 괜찮아 네가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 대학이 전부가 아니야.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우등생이란 법은 없는거야! 괜찮아! 응?! 괜찮아!!'

쓴웃음만 나온다. 덕분에 담배맛도 더 씁쓸해져서 장초를 밖으로 내 던졌다.


"사회의 우등생? 개새끼 그냥 나같은 빠가는 관리하기 귀찮으니까 학교 때려 치우라고 등을 떠밀지 왜..."


중간보스가 나오는게 보인다. 머리통 꼬라지...
머리가 샛노랏다고해서 별명이 노(란대)가리다.
노가리가 뭐냐 노가리가... 나이 처먹고...

재빠르게 차창을 올리고 뛰어나가 뒷자석 차문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수고는 무슨? 미친새끼 크크크 왜 너도 한번 갔다 올래?"
"아닙니다"


짝!!


뒷문을 닫고 돌아와 운전석에 앉아마자 뒷자석에서
날아오는 손바닥에 귓잔등을 얻어 맞았다.


"너 앞으로 차에서 담배 피우지마... 씨발... 건방진 새끼가..."
"죄송합니다. 형님."


개새끼... 지새끼가 피워서 담배냄새 다 벤차에 무슨...
지랄이 끝나기가 무섭게 담배를 입에 문 녀석이 말했다.


"야 경미는 이번에 룸에서 빼고, 출장쪽으로 돌려 이제 나이먹어서 안되겠더라."
"이제 스물일곱 아닙니까?"
"아 이쪽일 너무 오래하다보니까 하는짓이 징그러워 이제 안되겠어."
"아... 네 알겠습니다."
"집으로 가자. 형 마누라가 애들이랑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 그거 유행하는 인형 사놨지?"
"네. 여기 있습니다."


마누라 같은 소리를 한다.
술먹여서 임신시키면 다 마누라냐...



... ... ... ...



...나는 흔히들 말하는 따까리다. 운전, 담배심부름, 잔심부름, 밥심부름, 청소...
유일하게 업무같은 업무는 출장마사지 관리나 정도다. 체중관리하고 도망 못치게하고...


고등학교때 까진 이렇지 않았다. 일대 고등학교에선 알아주던 주먹이었고
예쁜여자애들은 찾지 않아도 항상 주위로 찾아들었다... 처음 조직에서 스카웃제의가

왔었을때도 주위 사람들의 눈빛에서 뭔지모를 존경의 느낌도 있었다.

그당시엔 우월감에 젖어 나는 내가 장차 뭔가 큰일을 할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때 내 따까리로 있던 녀석은 공장에 취직해서 지금은 주임급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6년 일했는데 결혼도 하고 벌써 7000만원이나 모았다고... 차도 없고 입고다니는 것도
허름하지만 그 놈을 만나면 내가 오히려 위축되는 기분이다. 버는건 내가 훨씬 많은데...
내가 하는 일이라곤 씨발... 창녀관리냐...


"야 경미 오늘 출근했냐?"
"예 형님. 오늘부로 우리쪽으로 출근한다던데요?"
"어... 노가리가 시켜서 내가 불렀어"
"네? 이쪽으로 부르기는 아직 이르지 않습니까?"
"마음에 안들면 너도 나가서 조직하나 만들어 임마... 경미 오라고 해봐"
"예 형님."



 

"어 경미 이리 와서 앉아봐"
"..."
"너 왜 이쪽으로 발령났는진 니가 더 잘알지?"
"네..."
"알어? 왜 이쪽으로 밀려났는데?"
"... ..."


화장으로 뒤덥힌 얼굴... 아무리 화장으로 가렸다지만 초최한 분위기나 피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이런일을 할 아이는 아니었다. 스물셋? 넷이었나... 남자친구 빚갑는답시고 카드 돌려쓰다가
자기 빚만 4000만원... 사체에 뭐에... 이자값 못이기고 결국 이쪽으로 흘러들어왔다.

남자새끼는 딴여자 만나 지금은 잘먹고 잘살고 있다고 알고있다. 속은사람이 바보다...

하지만 안스러운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런식으로 흘러들어온 아이들이 이곳의 반은 된다.
이바닥 관리하는 애들보다 밑에서 몸파는 애들이 대학물 먹은 경우가 더 많다니... 이게 세상 돌아가는 꼴이란건가.



... ... ... ...



밤 1시. 전화다.


'노가리'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지저끄고 전화를 받았다.


"예 형님"
"어 야 너 어디냐 지금?"
"지금 사무실이요."
"잘됐네. 여기 XX모텔이거든?"
"예 형님"
"애들 한... 음... 두명정도 대리고 잠간 와봐 503호"
"예 10분안에 가겠습니다."


카운터에 들어서자 주인이 반갑게 인사하려다 내 얼굴을 보고는
눈을 째리더니 카운터자리에 가만히 앉으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503호로 가보세요"
"압니다~... 하..."

 

피떡의 청년... 뭐지... 우리애들 가지고 장난쳤나?


"안녕하십니까. 형님."
"어. 야 이새끼 가져가서 카드몇장 찍어와"


아... 돈~...


"얼마 먹었습니까?"
"1500 조금 넘어. 저새끼 도박꾼이야 병신. 후!..."


노가리가 담배를 한까치 입에 더 물고는 말을 더 이어갔다.


"야 저새끼가 너 안다는데?"
"네?"
"하우스에서 재산 꼴아박고 너 찾더래. 뭔 새끼가 힘이 좋아서... 아... 애먹었네."


고등학교때 내 따까리... 공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결혼하고 돈 많이 모아둔게 아니었어?


"신불 아니에요?"
"확인해봐야지... 후... 저 개새끼 울산까지가서 잡아왔다. 아..."


보나마나였다. 신용불량? 코웃음도 안나온다.
개인파산 신청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너 공장은 뭐하고 하우스로 출근했냐..."
"공장 망했어... 세달치 월급도 못받고..."
"그럼 마음잡고 다른 직장을 찾아야!... ... ... 마누라는?... 어쩌고?"
"집나갔어... 1년됐다..."

 

by 박주호 | 2012/03/17 23:40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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